개인적으로 서버비아(Suburbia, 2012)라는 게임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 에센 신작 중 서버비아의 후속작이라고 생각될 만한 게임이 두 가지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섭디비전(Subdivision, 2014)이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 게임 미친 왕 루드비히의 성(Castles of Mad King Ludwig, 2014, 이하 매드킹)이었다.


Subdivision(2014)


   섭디비전의 아트웍은 서버비아의 아트웍과 거의 동일하다. 한 눈에 봐도 '아, 이 게임은 서버비아의 후속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게임 메카닉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기 전, 룰만 들어도 '어라? 전혀 다른 게임이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반면, 매드킹의 경우 아트웍이 크게 다르다. 서버비아에 있던 현대적인 아트웍이 그려진 균일한 크기의 육각 타일과는 다르게 중세를 테마로 한 타일들은 모양도 크기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룰을 듣는 순간, '아 이건 서버비아의 후속작이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 것이다.


   섭디비전의 룰북을 처음 봤을 때 나와 외모는 흡사하지만 취향은 전혀 다른 사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면(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매드킹의 룰북을 봤을 때엔 나와 외모는 정말 닮지 않았지만 취향이 너무 맞아서 전생부터 알아오지 않았을까 싶은 베스트 프렌드를 만난 느낌을 받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서버비아의 진정한 후속작, Castles of Mad King Ludwig의 리뷰를 시작해 본다.




Castles of Mad King Ludwig(2014)


   Geek Link :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55426/castles-mad-king-ludwig


   디자이너 : Ted Alspach

   발매년도 : 2014

   게임인원 : 1 - 4(4인 최적)

   소요시간 : 90분

   주메카닉 : 경매/비딩, 타일 배치




   디자이너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면, Ted Alspach(테..테드찡?)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보드게임 디자이너이면서 웹, 출판, 그래픽 등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처음 만든 게임은 Age of Steam의 확장 맵인 걸로 보아 여기서부터 그의 육각타일 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혹은 반대로 육각타일 성애자였기 때문에 AOS에 빠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든 게임 중 유명한 게임으로는 웨어울프의 변형인 One Night Ultimate Werewolf 시리즈나 리코쳇 로봇의 변형인 Mutant Meeples, 그리고 서버비아가 있다.


   내가 서버비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로 게임의 메카닉에 있다. 보드게임에 입문하던 당시 카르카손을 했을 때 얻은 즐거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타일 배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카르카손에서 약간 불만인 점은 바로 '타일 뽑기 운' 이었다. 내가 원하는 타일이 나오지 않을 때의 그 답답함과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타일(대개 이런 타일들은 몇 개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을 뽑아서 어디 말도 안 되는 구석에다 박아 놓을 때의 그 빡침.. 물론 이러한 점이 전략적인 요소를 떨어뜨리는 점이기는 하지만, 이 게임의 재미이기도 하기에 불만은 없다. 왜 모든 게임이 전략적이어야 한단 말인가?


Carcassonne(2000), 타일 배치 게임의 클래식


  그 뒤에 알함브라(2003)가 있었다. 돈을 딱 맞춰서 사면 한 번의 추가 액션을 더 주는 부분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알함브라에서도 좋아하는 점은 있다. 그것은 바로 타일 배치 게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타일 풀이 생겼다는 점이다. 카르카손과는 달리, 공용 타일 풀에 있는 공개된 타일 중 원하는 타일을 사와서 나만의 궁전을 건설한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살 수 있는 타일을 미리 보고 그에 맞춰서 전략을 결정한다. 내가 원하는 타일은 다른 누군가가 원할 수도 있기에 경쟁이 붙는다.


Alhambra(2003), 공용 타일 풀의 등장


   서버비아는 위에 열거한 타일 배치 게임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였다. 그 요소는 피씨로 씸시티를 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닮아 있다. 여러 가지 건물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다른 사람의 도시와는 다른 나만의 도시를 설계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이 바로 그 점이다.


Suburbia(2012), 보드게임 버전 씸시티


   매드킹은 서버비아와 게임방식이 거의 같다.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공용 타일 풀에 타일을 정렬하는 방식이고, 이 부분이 서버비아의 후속작인 매드킹을 서버비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으로 만드는 부분이다. 설명하기에 앞서 유명한 '케이크 자르기'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Q. 두 명이 아무 불만없이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은?

A. 한 명이 케이크를 두 조각으로 나누고, 나머지 한 쪽이 한 조각을 선택한다.


   이를 공용 타일 풀에 나온 타일을 정렬하는 데에 적용한 매드킹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매 라운드에 한 명이 '마스터 빌더' 가 되어, 공용 타일 풀에 나와 있는 타일들의 가격을 정한다. 그러면 마스터 빌더의 다음 사람부터 공용 타일 풀 중에 하나의 타일을 선택하여 가져 가고, 타일가격은 마스터 빌더에게 지불한다. 순서대로 남아 있는 타일들 중 원하는 타일을 사고, 가장 마지막으로 마스터 빌더는 원하는 타일을 가져온 후 타일가격을 은행에 지불한다. 다만 원하는 타일이 공용 타일 풀에 없다면 패스를 해서 은행에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는 복도 타일을 마스터 빌더에게 타일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도 있다. 타일 선택이 끝나면 공용 타일 풀에 남아있는 선택되지 않은 타일에는 돈이 올라가서 다음 라운드부터 계속 돈이 올라간 타일의 가격이 싸진다.


   이러한 정렬방식에서 마스터 빌더는 다른 사람이 어떠한 타일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타일의 적정가를 책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타일을 너무 싸게 내놓으면 헐값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싼 값에 내놓으면 사지 않고 패스를 하거나 해서 돈을 아예 벌지 못한다. 이러한 입찰 시스템을 가진 게임 중에서는 크니지아의 명작 모던아트(1992)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경매/비딩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Modern Art(1992), 경매의 종합선물세트


   또 한 가지 서버비아와 차이가 두드러지는 점은 타일들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모든 타일에는 '문'이 있어서 문끼리 연결해야만 배치할 수 있을 뿐더러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문도 없는 동일한 사이즈의 육각타일만 있던 서버비아에서는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어느 타일 주위에 배치할까' 만 고려하면 되었다. 하지만 매드킹에서는 이웃한 타일과의 시너지 효과 외에도 문끼리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지, 타일의 크기를 비교하여 해당 타일을 샀을 때 타일을 배치할 수 있는지까지도 고려해야만 한다. 실제로 게임을 했을 때, 붙을 것처럼 보였던 타일이 붙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훨씬 퍼즐적인 요소가 많이 추가된 부분이다.


   이 게임에서는 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통로로 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만약 한 타일의 문 모두를 다른 타일의 문과 연결시키면, 타일이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고 완성 보너스가 주어진다. 완성된 타일의 종류에 따라 보너스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점수, 돈, 추가 액션을 주는 보너스도 있고, 원하는 종류의 타일을 2개까지 다음 라운드에 먼저 나오게 할 수 있는 보너스(게임이 끝났을 때 어떤 한 종류의 타일이 다 떨어지면, 그 타일은 추가 점수를 얻는다), 게임이 끝났을 때 추가 점수를 가는데 도움을 주는 보너스 점수 카드를 주는 보너스도 있다. 이러한 보너스를 얻기 위해 방을 완성시켜야 하고, 배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초기 세팅


게임 종료 시 내 성의 모습


게임 종료 시 다른 사람들의 성의 모습


   아직까지는 올해 처음으로 해 본 게임 중에서 단연 가장 재밌었던 게임이다.


   타일 배치 게임과 경매/비딩 게임을 조합한 후, 퍼즐을 가미하면 나오는 매력적인 게임.

Posted by ikpu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