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취향이 변한다. 지금도 블러핑 게임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전에는 훨씬 더 좋아했다. 블러프(Bluff, Perudo라고 부르기도 하고, Liar's Dice로도 알려져 있다.), 바퀴벌레 포커(Cockroach Poker, 2004), 챠오챠오(Ciao Ciao, 1997) 같은 게임을 매일같이 했었다. 블러프와 뒤의 두 게임은 시스템적으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크게 봤을 때 모두 블러핑 게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러핑 게임은 어렸을 때 많이 하던 홀짝이나 짤짤이를 떠올리게 하는 간단명료한 룰에 그 매력이 있다. 상대방을 속이면 성공, 속이지 못하면 실패. 만약 상대방이 진실을 말했는데 의심을 하면 그것 또한 실패. 이번 포스팅은 신작 블러핑 게임인 Sheriff of Nottingham(2014, 이하 노팅엄) 리뷰이다.




Sheriff of Nottingham(2014)


   Geek Link :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57969/sheriff-nottingham


   디자이너 : Sérgio Halaban, André Zatz  

   발매년도 : 2014

   게임인원 : 3 - 5(5인 최적)

   소요시간 : 60분

   주메카닉 : 핸드 관리, 롤 플레잉, 셋 콜렉션




   디자이너들은 브라질 사람들이라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모든 게임을 같이 만들었고, 데뷔는 1998년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전작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게임은 국경에서(Hart en der Grenze, 2006)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 국경에서라는 게임을 참 재밌게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게임 제목처럼 밀수꾼들이 가방에 밀수품을 넣어서 국경을 지난다는 테마를 가진 블러핑 게임인데, 틴 케이스에 카드를 넣는 것이 실제로 밀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잘 살려서 인기가 많은 게임이었다.


Hart en der Grenze(2006) 의 컴포넌트


   노팅엄은 이 게임의 재판으로서 국경에서와 거의 같은 규칙을 갖고 있지만 테마를 중세로 바꾼 게임이다. 각 플레이어들은 중세 시대의 상인이 되어 보안관의 눈을 피해 슬쩍슬쩍 밀수를 해서, 게임이 끝났을 때 자신의 상점에 가장 많은 점수를 모으면 승리하게 된다.


   국경에서에 틴 케이스가 있었다면, 노팅엄에는 똑딱이 단추가 달린 작은 천가방이 있다. 처음에 한 플레이어를 보안관으로 정하고,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은 이 천가방에 자신의 상점에 놓을 물건들을 넣는다. 모든 물품은 카드에 그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천가방에 넣는 것은 이 카드들이다.


   그리고 보안관의 옆사람부터 순서대로 보안관에게 천가방을 건네면서 자신이 들여놓으려는 물건(즉, 천가방 안에 들어있는 카드)의 종류와 그 개수를 얘기한다. 이 때, 합법적인 카드는 단 4종류밖에 없다. 그 4 종류는 사과, 치즈, 빵, 닭이다. 설령 다른 것을 넣거나, 섞어서 넣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이 네 종류 중 한 종류만 넣었다고 얘기해야 한다. 개수에 대해서는 거짓말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천가방 안에 있는 수를 얘기해야 한다. 즉, 어떠한 조합으로 천가방 안에 카드를 넣었다고 하더라도 '사과 4장', '치즈 3장', '빵 2장' 처럼 얘기해야만 한다.


   모든 플레이어가 천가방을 보안관에게 다 건네면 보안관이 검사를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순서대로 한 플레이어씩을 지목하여 그 플레이어가 건넨 천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할지 하지 않을지를 정한다. 이 때, 보안관이 플레이어에게 조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뇌물을 요구할 수 있다.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천가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밀수품을 넣은 플레이어는 검사를 받지 않고 그대로 받기를 바라게 된다. 만약 보안관이 검사를 하기로 결정하여 천가방을 열면, 두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첫번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경우이다. 이 경우, 보안관은 정직한 상인을 의심한 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카드에 대해 상품 카드 오른쪽 아래에 있는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두번째는 거짓말을 한 경우이다. 이 경우, 신고하지 않은 카드와 밀수품은 모두 버려지게 되며 상품 카드 오른쪽 아래에 있는 벌금을 플레이어가 보안관에게 내야한다.


   하지만 밀수품들의 가치가 합법적인 물건들의 가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밀수를 하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 거기에 모든 카드들의 가치는 그 카드를 밀수하다 걸렸을 때의 벌금보다 크기 때문에 상인들은 보안관에게 다소 뇌물을 주더라도 밀수를 시도하게 된다. 밀수를 하자니, 보안관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반대로 보안관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밀수를 할텐데, 밀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상인들에게 지불해야 할 벌금이 아깝다. 이 지점에서 뇌물이 오가고, 협상을 하게 된다. 


   뇌물이 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하다. 물론 차이나타운(Chinatown, 1999)에서 이루어지는 것만큼까지는 아니지만, 간단히는 돈에서부터 현재 자기 상점에 있는 물건, 심지어는 현재 천가방 안에 있는 물건까지도 뇌물로 줄 수 있다. 여기에서 재밌는 점이 하나 더 생기는데, 만약에 천가방 안에 있는 물건을 준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더라도 원래 주기로 한 물건이 없다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상인A : 보안관님, 실은 그 가방 안에 살이 통통 오른 닭이 두 마리 있습니다요. 쇤네의 가방을 그냥 통과시켜주신다면 닭을 모두 드리겠습니다요.


보안관 :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가방을 가져가고, 닭을 내놓도록 하거라.


'딱'


상인A : 어랍쇼? 닭이 없네.. 줄 게 없수다 형씨, 다음에 잘 해줄게..


   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특히 여기에서 '딱'하는 소리가 중요한데, 천가방에 똑딱이 단추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 보자. 만약에 이 단추를 열었다면, 거기서 끝이다. 엎지러진 물이 된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상인의 천가방 조사가 끝나면 손에 카드를 채우고 라운드가 끝난다. 다음 라운드의 보안관은 현재 라운드의 보안관 다음 사람이 된다. 모든 사람이 보안관을 두 번씩 하면 게임이 끝나고 그 때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이기는데 현재 상점에 진열해 둔 합법적인 물건들의 가치의 합과 돈이 곧 점수가 된다. 여기에 밀수품들의 가치를 더하고 4가지 종류의 상품 각각을 가장 많이 모은 사람들에게 추가 점수가 주어진다.




   간단한 블러핑 게임에 협상의 요소를 더하여 보안관과 밀수꾼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유쾌한 게임이다.


Posted by ikp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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