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해구하다 보면, $200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 이성을 마비시킬 때가 종종 있다. 국내 보드게임 샵에서 온라인으로 살 때 택배비 아끼려고 5만원을 채우던 것이 약간 스케일이 커졌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혼자 하려다 보면 금방 허리가 휠 것 같은데 다행히도 주위 사람들이 게임을 자주 구매하는 편이라 해구할 때 대부분 공구를 할 수 있어서 이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기에 공구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은 받은 뒤의 보관, 관리 및 분배의 귀찮음(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늦게 받는 기다림)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크게 귀찮은 편이 아니고, 실수를 할 여지도 거의 없을 뿐더러 만일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간단히 수습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의사소통에 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양쪽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오해를 한다면 갑자기 아무도 사기를 원하지 않는 게임 하나가 생기게 된다. 여기에 급작스러운 변심 또한 문제가 되는데, 사기로 했던 게임을 갑자기 사지 않는다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상당히 곤란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인 Lords of Xidit(2014, 시딧의 군주들, 이하 시딧) 역시 원래 구매예정이 없었던 게임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내 손에 들어 온 게임이다.
Lords of Xidit(2014)
Geek Link :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156566/lords-xidit
디자이너 : Régis Bonnessée
발매년도 : 2014
게임인원 : 3 - 5(4, 5인 최적)
소요시간 : 90분
주메카닉 : 액션/이동 프로그래밍, 수송, 동시 액션 선택
디자이너인 Régis Bonnessée 씨는 프랑스 사람이다. <Himalaya(2002, 이하 히말라야)>가 데뷔작이고, 그 뒤에 <Fabula(2010)>, <Seasons(2012, 이하 시즌스)> 등을 만들었다. 이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게임은 시즌스인데, 유려한 아트웍이 빛나는 카드 드래프팅 게임이다. 이 시즌스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의 데뷔작인 히말라야를 시즌스의 세계관에 맞춰 리메이크한 게임이 시딧이다.
Himalaya(2002) |
이 게임은 수송이 주 메카닉인 전형적인 유로 게임이다. 병력들을 모아 왕국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잡는 것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는 플레이는 필요한 자원들을 모아서 그 자원을 원하는 특정한 곳으로 수송하는 것이다.
이 뻔한 메카닉을 재밌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액션 프로그래밍과 액션 동시 선택이라는 두 메카닉이다. 게임은 총 12라운드 동안 진행되고, 각 라운드에는 6개의 액션을 수행한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동시에 모든 플레이어들은 이번 라운드에 수행할 6개의 액션의 순서와 종류를 한꺼번에 프로그래밍한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프로그래밍이 끝나면 동시에 공개하여 확인한 뒤, 시작플레이어 1번 액션 -> 두번째플레이어 1번 액션 -> ... -> 마지막 플레이어 1번 액션 -> 시작플레이어 2번 액션 -> 두번째플레이어 2번 액션 -> ... -> 마지막 플레이어 2번 액션 과 같은 순서로 모든 액션을 수행한다.
프로그래밍 보드
한 지역에 나오는 병력들은 총 5개다. 병력을 모을 경우 가장 약한 병력부터 모아야 하고, 한 라운드에 한 지역에서는 병력을 단 한 번만 모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강한 병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다른 이보다 늦게 가야하지만, 너무 늦게 간다면 병력이 이미 다 모집된 후라서 병력을 모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의 눈치싸움이 굉장히 재미있다. 경쟁이 일어날 것 같은 곳이라서 나중에 들르려고 했는데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다든지, 예상하지 못한 다른 누군가가 달려와서 채간다든지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이렇게 모은 병력들은 몬스터를 퇴치하는 데에 사용한다. 몬스터를 퇴치하면 보상을 받게 되는데 보상은 총 3가지 종류가 있다. 이 3가지 종류의 보상 중 2가지를 선택하여 받는다. 각각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돈 : 게임이 끝났을 때 소지하고 있는 금액이 승리조건 중 하나이다.
2. 탑 : 보드에 건설한 자신의 모든 탑들의 층수의 합이 승리조건 중 하나이다. 탑은 도시에 건설하는 것이라 선점효과가 있어서, 한 플레이어가 한 도시에 탑을 지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도시에 더 이상 탑을 지을 수 없다.
3. 명성 : 각 지역에서 얻은 명성점수의 합(토큰의 개수가 아니다.)이 승리조건 중 하나이다. 한 도시에 인접한 지역들에 명성토큰을 놓을 수 있고, 각 지역에 명성토큰을 가장 많이 놓은 플레이어와 그 다음으로 많이 놓은 플레이어에게 명성점수를 준다.
즉, 몬스터를 퇴치하면 각각의 승리조건에 해당하는 보상들을 두 종류씩 받게 된다. 승리조건은 크니지아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인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모든 부분에 걸쳐 적절하게 투자하되, 한 부분에서는 일등을 해야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위의 승리조건 3가지의 순서를 랜덤하게 정한다. 만일 돈->탑->명성 순으로 정해졌다면, 게임이 끝났을 때 돈이 가장 적은 사람이 꼴찌(4인플이라면 한 명, 5인플이라면 두 명)가 되어 탈락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 중 탑 층수의 합이 가장 낮은 사람이 또 탈락하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두 명 중 명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게임의 양상은 항상 비슷하다. 초반부의 주목적은 병력들을 모으러 돌아다니는 것이라서 보드에 뿌려져 있는 병력들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그 뒤 중후반부에는 모아 둔 병력들을 바탕으로 몬스터들을 퇴치하며 다닌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이 과정에 변화를 주기 위해 '타이탄'이라는 독특한 몬스터가 존재한다. 후반부에 플레어이들이 병력모집보다 몬스터 퇴치를 많이 하면 타이탄이 등장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도시는 정해져 있어서 그 도시에만 나타나고, 이미 나타난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까지 가서 퇴치해야 한다. 하지만 타이탄의 경우 비어 있는 도시에서 잡을 수 있으므로(비어 있지 않은 도시에서는 잡을 수 없다.) 후반부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게임 보드 및 컴포넌트
장점 : 유려한 아트웍, 아기자기한 컴포넌트, 쉬운 룰, 루즈함을 최대한 방지한 게임 시스템
단점 : 다소 진부한 소재 및 메카닉, 모든 플레이어들이 비슷한 수준의 카운팅 능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게임이 이상해질 가능성이 있음
4인플로도 해보고 5인플로도 해봤지만 5인플의 경우가 훨씬 재미있었다. 4인플과 5인플 모두 동일한 맵을 사용하기 때문에 5인플일 때, 플레이어들 간에 서로 겹치는 경우가 훨씬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상대의 승리조건 현황이 어떤지, 계획이 무엇일지 눈치를 보게 되는 게임이다.
언젠가부터 자주 듣게 된 말인,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메세지가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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